본문 바로가기

일기

[이사하기] 1. 집 알아보기

이사를 했다.
그래서 생각날 때 하나씩 나의 뻘짓에 대해 기록해보려고 한다.

우선, 회사를 이직하면서 출퇴근 시간이 왕복 3시간 30분 정도로 엄청나게 늘어난 상태였다.
다행히 출퇴근 체크도 안 하고 지각에 대해서 굉장히 널널한 회사였지만 그래도 편도로 한시간 반이 더 걸리니 부담스러웠다.
여가시간도 없고... 체력도 엄청 뺏기는 느낌?
그래서 좀 더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하고자 마음을 먹었다.

이사를 갈 동네를 정하는 것부터 너무 골치가 아팠다.
꼭 거기에 살아야만 한다 하는 동네가 없었다고 해야 하나.

1. 판교 : 출퇴근은 용이하지만 회사가 많이 모인 동네라 비쌈.
2. 성남 : 가격은 저렴 + 회사와의 거리는 40분 정도 + 서울과 멀어짐
3. 서초구 : 비싸고 룸컨디션 안 좋음 + 출퇴근 용이
4. 광진구 : 서초구보다는 싸지만 룸컨디션 보장 X + 애매한 출퇴근
5. 강동구 : 룸컨디션은 괜찮지만 회사와의 거리가 그리 가깝지 않은 것에 비하면 비싼 편
6. 송파구 : 비싸지만 서초구보다는 룸컨디션 괜찮음 + 출퇴근 용이

일단 다 비쌌다... 그게 문제였다.
나는 행복주택에 살고 있는 상태였고, 거기는 옵션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입주할 때 가전과 가구를 많이 샀다.
그래서 자연스레 옵션이 없는 집을 알아보게 되었는데 그러려면 투룸 이상인 집이어야 했다.
(대체 왜 옵션 없는 원룸은 없는 것일까?)
투룸 이상이어야 한다는 뜻은? 비싸다는 말이었다.

강남으로 출퇴근 하는 친구가 그때쯤 집을 알아본다고 하기에,
괜찮은 투룸이 있으면 함께 사는 게 어떨지 제안했다.
그래서 알아볼 동네를 3, 6으로 우선 줄였다.
(왜냐하면 그 친구도 출퇴근에 메리트가 있어야 나오는 의미가 있을 테니...)

그게 안되면 친구와 찢어지고 5번이든 3번이든 원룸을 다시 구하려고 했다.
옵션을 중고 시장에 내다팔고 말이다...

중개사는 4명을 만났다.
주변에서 다들 네이버부동산이나 직방 등으로 집을 잘 구하기에
우선 거기서 가격대에 맞는 집을 먼저 구했다.
그때는 전세금의 정도도 대출금 + 3천만원 정도로 낮았다.

첫번째 고른 집은 서초구였고, 직방에서 방을 구했고, 거실보다는 방 두 개가 큰 옛날식 구조의 집이었다.
방이 크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전화를 했다.

음... 그 사람은 원하는 조건을 말해주면 집을 몇 개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약속을 잡고 부동산에 가보니 6명 정도의 젊은 중개인들이 사무실을 채우고 있었다.
음... 여기서 나는 조금씩 마음을 접어가고 있었다.
그 사람은 자기가 리스트로 뽑아온 집의 옵션에 대한 것도 제대로 몰랐고,
결정적으로 중소기업청년 전세자금대출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집이 괜찮으면 괜찮지 않을까 해서 일단은 봤다.
첫 번째로 본 집은 상가주택이었는데 가격에 비해 평수는 넓었으나
작은방이 너무 작았다.
두 번째로 본 집은 반지하였고, 첫 번째 집보다 더 작았다.
(그 사람은 이 정도는 반지하가 아니라며 우겼다. 창 옆에 자동차 궁댕이가 보이게 생겼는데도 말이다!)
심지어는 한쪽 방은 에어컨 때문에 창문이 제대로 닫히지도 않았다.

집을 다 보고 나서는 첫 번째 집이 마음에 들면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어준다고 했다.
나는 일단 그 집이 중기청이 되는 집인지가 먼저 궁금했고, 전화를 하기에 하라고 했더니
그 집 주인이 계약 전에 세입자들 얼굴을 봐야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중개인과는 헤어졌다.
(매물도 그저그렇고 사람도 그저그렇고...)

두번째로 만난 중개사는 첫 번째 중개사와 헤어지고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에
아무 부동산이나 들어가서 만난 사람이었다.
풍채가 좋고 유들유들한 말투를 쓰는 아저씨였는데,
우리의 조건을 듣고서는 (이때는 보증금을 좀 더 높여서 불렀고, 조건도 반전세로 바꾸었다.)
부동산 사이트에서 집을 찾아서 보여줬다.
이 아저씨는 정말 대박이었다.
처음에 집 겉의 상태를 보고, 컨디션이 어떻겠다 판단을 한 후에
세입자에게 먼저 전화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세입자가 나불나불 집컨디션이 어떤지를 말하게 하고, 그 다음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나서 “아 저희가 점심때 집을 가봤는데요.” 라고 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너무 놀란 눈으로 쳐다보니 아주 머쓱해했다...
암튼 그런 식으로 전화해서는 싱크대며 뭐며 다 고쳐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걸 보고
와 이 사람 괜찮은 듯. 하고 믿음을 갖게 되었으나
집은 별로였다.
그 부동산은 서초구에 있고, 송파구 쪽에 있는 집을 검색해서 그런 일이 생긴 게 아닌가 싶다.
역시 본인 나와바리여야 좋은 집을 볼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었고...
이 중개사 아저씨와 집을 검색해본 뒤 그나마 서초구보다는 송파구가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아저씨에게는 다른 동네를 알아보겠다며 연락을 끊었다.

세번째는 또 직방으로 알아본 집이었는데,
상가주택이라 가격도 싸고 그에 비하면 방 크기도 괜찮고... 위치도 나쁘지 않았다.
음...
그래서 가봤더니 집은 그냥 쏘쏘?한데 중개사가 계속 우격다짐식으로 여기를 계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늘이 지나면 아마 집이 나갈 거라고 말이다.
맞는 말이긴 한데 너무 어거지를 부리는 식이라 조금 별로였다.
결정적으로 이 집의 계약이 엎어진 것은 집주인이 대출을 해주기 싫다고 말해서였다.
세상에... 뭐야? 중기청 다 된다고 큰소리 쳐놓고선.
암튼 그래서 그 중개사와도 빠이했다.

네번째는 청년주택 어쩌구 카페에 올라온 매물을 보고 전화를 한 것이었다.
친구는 그날 아프다고 쉬었고, 혼자 부동산에 찾아갔다.
그리고 보이는 광경에 충격을 먹고 말았던 것이다...
닭장같이 생긴 사무실에 젊은 중개사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앉아있었다...
여태까지 갔던 부동산 중에 최악이었고 나는 여기서 기대를 버렸다.
나와 약속을 잡은 중개인 놈은 심지어 매물을 준비해놓겠다고 하고서는
나를 옆에 앉혀놓고 졸라게 검색을 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화면으로 보니 집은 다 거기서 거기처럼 보였고 점점 정신이 혼미해져갔다...)

2시간을 검색한 끝에 매물 4개를 추려내고 출발했는데,
웬걸 여태 봤던 집들보다 컨디션이 훨 괜찮아보였다.
첫번째로 보여준 집은 신축이었고, 거실이 넓고 잘 빠진 대신 작은 방이 엄청 작았다.
큰방도 그렇게 크지는 않고.
두번째/세번째 집도 좀 낡았지만 첫번째 집보다는 괜찮았고, 대신 방 크기 차이가 좀 있었다.
세번째는 동물을 키우고 있는데 남자가 담배를 피우는 건지 냄새가 나서 좀 별로였지만...
네번째가 제일 넓었나...?
지금 생각하면 왜 네번째를 골랐는지도 모르겠음...
암튼 작은방 크기도 꽤 괜찮고, 그때 봤을 땐 집도 멀끔해보였다...
그 다음에 봤을 땐 집에 문제가 너무 많아서 뭐가 씌였었나 하고 충격받긴 했지만....

 

토의 끝에 1번과 4번 집 중에 우리는 4번 집을 골랐다.
1번이 신축에 수납도 잘되어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방이 너무 작았기 때문에 ㅠㅠ
술을 마시는 중에 가계약금 300만원을 보냈고 (아니 시발 무슨 가계약금을 300만원이나 보낸단 말인가?)
덜컥 계약이 시작되었다...


휴... 계약에 대한 건 투비컨티뉴...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00708 요즘의 우울함  (0) 2020.07.08
20200416 세줄 일기  (0) 2020.04.16
20200410 요즘 걍  (0) 2020.04.10
20200403 우울할때는  (0) 2020.04.03
20200130 사기를 당하다  (0) 2020.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