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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20191218 절대 닮고 싶지 않은 것

어릴 때는 할머니한테서 절대 닮고 싶지 않은 게 몇 개 있었다.

첫 번째는 일을 시작하면 절대 멈추지 않는 점이었고,

두 번째는 너무 까탈스럽게 구는 점이었다.

2번의 문제는 타고난 성향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넘어가고...

1번은 정말 짜증난다!

할머니는 특히 육체적인 노동을 할 때 쉬는 법이 없었는데,

혼자 나와서 살다보니 이걸 내가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거 같다.

'이 부분은 나중에 해야지'라고 1초 전에 생각해놓고 결국엔 쉬지 않고 모든 걸 끝낸다.

집안일은 특히나 미뤄놓으면 갑자기 밤시간이 되는 일도 허다하기 때문에 도저히 쉴 짬이 나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물론 할머니보다는 내가 훨씬 게으르게 일을 하지만 중간에 멈출 줄 모르는 건 똑같다고 본다.

대체 왜지...

오늘도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서 너무 피곤한 나머지 '아 가방 정리(퇴사 예정일이 다가와서 매일 짐이 많음)는 나중에 하고 우선 저녁을 먹을까'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모든 걸 다 정리하고 저녁을 먹었다. 주말에도 아 일단 먹고 일을 할까... 라고 생각은 하지만 일단 일을 하고 어중간히 밥을 먹게 됨.

이게 엄청나게 이상한 버릇은 아니지만 뭔가 내가 '절대 닮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던 걸 그대로 물려받으니 몹시 짜증난다. 이런 게 핏줄이라는 건가?

 

2번에 대해서도 웃긴 이야기가 있다.

할머니가 이제 나이가 드셔서 장기 입원을 할 일도 생기고... 암튼 그런 일이 있었는데,

그때서야 본인이 까탈스럽다는 걸 알았다고 하시는 거다. (80살이 넘은 노인의 자각)

우리 할머니로 말할 거 같으면 머 식당 고르는 거부터 해서 화장품, 옷 선물까지 진짜 까탈을 안 부리는 게 하나도 없는 노인네다. (물론 앞에서 얘긴 안 하는데 다 티난다!!)

아무튼 병원에 입원하고 나서야 먹는 거 바르는 거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으니ㅠㅠ

그제야 본인이 까다롭다는 걸 알아챘단다...

핸드크림 필요하다고 해가지고 사다드렸는데 냄새 나는 거 싫다고 해서 굳이굳이 향이 제일 안 나는 거 사다줬음...

 

내가 이사를 3월에 했는데 벽걸이 아직 시계가 없다.

마음에 딱 드는 시계를 못 찾아서다.

(1) 숫자 없는 시계 탈락 (2) 초침 없는 시계 탈락 (3) 분 표시 없는 시계 탈락 (4) 전자 시계 탈락... 하다보니 남는 게 없었다.

그래서 그냥 없이 산다...

없어서 불편한데 그냥 산다... 쒸 나도 나를 모르겠다

P님이 나 까다롭게 안 생겼는데 엄청 까다롭다구 했다...

 

왜 닮고 싶지 않은 건 더 닮게 되나... 미스터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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