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

20200108 낯선 사람에게 돈 빌려주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역시 그러지 말걸 그랬다.

 

사건 경위 :

저녁 8시 퇴근 중이었음.

나는 그제서야 지하철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가는 버스로 갈아타려는 중이었다.

이직하면서 출퇴근 시간이 몹시 길어졌고 (무려 2시간이 넘는다) 8시에는 이미 파김치가 되어있었다.

지하철 역사에서 나가려고 하는데 어떤 아저씨가 날 붙잡았다.

그 사람의 핸드폰 화면에는 서울의 지하철 노선도가 그려져있었고, '여기가 00역인가요?' 라고 물었다.

나는 길을 물어보는 사람인줄 알고 (길에서 길을 물어보는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

예에? 하고 대답하며 듣고 있던 음악을 멈췄다.

그 사람은 자기가 뉴욕에서 왔는데, (엄청 큰 보스턴백?을 들고 있었다)

공항으로 가다가 역을 잘못 내렸으며 지갑을... 잃어버렸댔나? 

머리는 길게 길러서 묶고 있었고, 얼굴이 넙데데하고 밝아보이는 인상이었다...

안경을 끼고 있었고 말투는 마치 나영석 피디 같았다.

노래를 듣느라 못 들었는데 앞부분에는 쏘리 어쩌구 라고 짧은 영어를 했다.

(참 사기꾼이라면 어설프다고밖에는...)

아무튼 돈을 좀 빌릴 수 있겠냐고 물어봤다.

3만원을 빌려주면 내일 오전에 이체를 해줄 수 있다기에,

처음에는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서 해줄 수 없다"고 대답했다.

그 사람은 내가 말을 하자마자 ATM기를 가리키며 저기 ATM기가 있으니 뽑아주면 어떻겠냐고 했다.

그러더니 돈이 얼마쯤 있냐며(ㅋㅋㅋㅋㅋㅋ) 30만원 빌려줄 수 있냐고 했다가,

내가 반응이 안 좋으니 10만원은 안 되냐고 했다가... 아무튼 애걸을 했다.

나는 너무 귀찮았고... 그냥 적선하는 셈 치자 싶었다.

그래서 3만원을 뽑고 그 사람의 이메일 주소를 받았다. 

이게 진짜라면 그 사람은 얼마나 황당할 것이며 얼마나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으면 길 가던 아무나를 잡아서 돈을 빌려달라 할까 싶었다... 일단 저녁이었고... 

공항이랑 전혀 관계 없는 역에서 내려가지고... 바로 쓸 수 있는 돈도 없고 그러면 얼마나 황당하겠어

서울 지하철은 좆같으니까 그런 일이 생길 수도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그냥 사기꾼이면 뭐 어쩔 수 없지...

(그래서 큰돈은 안 빌려줬다...)

3만원이 없어서 딱 죽을 거 같은 때도 있는데 뭔 생각으로 빌려줬나 모르겠다.

아무튼 못 돌려받겠지... 하고 있는데 내일 돈이 들어오는지 확인을 해보고=.=

후기를 남기도록 하겠다.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00403 우울할때는  (0) 2020.04.03
20200130 사기를 당하다  (0) 2020.01.30
20191220 퇴사를 하다  (0) 2019.12.20
20191218 절대 닮고 싶지 않은 것  (0) 2019.12.18
20191122 친구와 함께 생일 보내기  (0) 2019.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