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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20191220 퇴사를 하다

오늘부로 회사를 관둔다.
계약기간이 끝나가기도 하고 괜찮은 자리가 있어서 가게 됐다.
나름 연봉도 오르고 직급도 달게 됐다.
얼떨떨하고 이상한 마음이 크다.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걱정이 되기도 하고... 기분이 아주 좋기도 하다.

나에게 과연 어떤 일이 맞을까 하고 고민했던 기간이 있다. 물론 계속 ing이지만ㅋㅋㅋㅋㅋ 오늘은 이 고민에 대해서 적어볼까 한다.

1번째로 다녔던 곳은 대학 안에 있는 연구소였다.
내가 연구를 하는 건 아니고 연구비 정산이 내가 하는 일이었다. 연구가 새로 시작하면 계약서나 계획서에 틀린 점은 없는지 확인하거나, 부가세를 계산해주거나... 하는 일을 했고, 주로 하는 일은 매달매달 각 연구실에서 연구비로 사용한 내역을 정리하고 그 내역에 대한 증빙을 확인하는 거였다. 연구가 끝나면 전체 연구비에 대한 증빙을 또 준비하고... 무한반복 무한반복
일이 적은 편은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전화 업무도 많았고. 교수들이나 학생들과 일을 하니까 불편한 점도 있고.
지루한 점도 있었지만 딱히 일이 안 맞지는 않았던 거 같다. 꼼꼼히 1자리 숫자까지 확인하는 건 짜증을 유발시키기도 했지만... 뭐 못할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아예 이쪽으로 진로를 틀어볼까? 싶기도 했다. 그러나 연구비쪽은 대부분 계약직인데다가 어린 사람들밖에 없었기 때문에... 계약이 끝나고는 그쪽 진로는 접었다.

2번째 회사는 출판사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연구비를 했던 게 도움이 됐다. 그 출판사에서는 사업비로 운영하는 수업이 두개가 있었고, 그걸 관리해줄 누군가가 필요했던 것이다. 마침 연구비를 했던 애가 편집자로 지원을 했으니 옳다쿠나 싶었겠지.
편집 일은 다시 생각해도 조금... 부담스럽다. 일단 실수를 하면 일이 너무 커지고(다시 말해 실수를 하면 안 되고), 같은 작업물을 여러 번 확인해야 한다는 점도 나를 너무 힘들게 만드는 요소였다. (같은 걸 읽고 또 읽는 게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거기다가 그 출판사는 소설을 주로 다루는 곳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힘들었다. 내가 엄청나게 취향을 많이 타는 까다로운 인간이란 것을 내가 잊고 있었던 것이다...
취향에도 맞지 않는 소설을 최소 3번 이상 읽어야 하고, 홍보글을 써야 한다는 거 생각보다 아주 어려웠다 ㅋㅋㅋㅋㅋㅋ
여기에다가 사업비 정산, 수업에 관련된 잡일, 학생 관리, 외주 관리 등등.... 월급은 출판사니까 당연히 적었고 사무실은 쓰러지기 직전의 꼬롬한 곳이었다. 아직도 그 후진 남녀공용 화장실의 냄새와 엉덩이에 닿는 변기 커버의 느낌을 떠올릴 수 있다... 여름엔 기절하게 덥고 겨울엔 기절하게 추웠다. 사무실은 이사를 한다 한다 말을 해놓고 내가 관두기 전까지도 이사하지 않았다. 10개월을 참았는데...
대표는 수완은 좋은 사람이었지만 습관적으로 가스라이팅을 하는 인간이었다. 금전적인 보상은 늘 말만 했고 ㅋㅋㅋㅋㅋㅋ 다시 생각하니 또 열이 받는군...
그 회사를 다니고 다시는 밥을 주지 않는 회사는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거긴 대표나 이사가 있으면 같이 점심을 먹고 점심을 사주고, 없으면 내가 사먹어야 하는 식이었는데 둘다 외근을 졸-라 나가서 내가 사먹는 일이 너무 많았다ㅡㅡ
신입을 뽑아서 어떻게 케어해줄 수 있는 사람도 없으면 뽑으면 안되는 거 아닌가... 그래놓고 내가 관둔다고 하니 다른 일이 더 맞을 거 같다고 “조언”해주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기요 님이나 잘하세요
아무튼 돌이켜보면 편집일은 결코 만만하지 않고... 별로 다시 하고 싶은 일이 아니다. 연구비는 다시 하라고 하면 하겠어요...

3번째가 지금 퇴사하는 회사다. it 기업인데 내가 할 수 있는 파트가 있어서...? 어찌어찌 들어오게 됐다. 개발을 하는 건 아니구... 면접부터 모든 것이 얼렁뚱땅이었는데 또 어찌어찌 얼렁뚱땅 잘 다녔다. 일도 어렵지 않고 재밌었다. 업무 강도도 아주아주 낮은 편이고... (10이 최대치라고 하면 3정도? 1,2번 회사는 7-8정도.)

업무의 특성이 중요한 건지... 사무실 환경이 중요한 던지, 월급이 중요한 건지... 그게 아니면 같이 일하는 사람이 중요한 건지🤔 사실 아직 좀 아리까리 하다. 나름대로 커리어 생각 안 하고 이 일도 해봤다가 저 일도 해봤다가 했지만 역시 한 3년 일한 걸로는 알 수 없는 모양이다.
출판사 때를 생각하면 사무실 환경이 제일 중요한 거 같기도....... 🤔🤔
아무튼 4번째 회사에서도 화이팅해야쥐!!!! 거기서도 또 얻는 점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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